인간은 외계 존재를 이해할 수 있을까? <솔라리스>가 던진 질문
<솔라리스(Solaris, 1961)>는 폴란드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Stanisław Herman Lem)이 1961년에 발표한 대표적인 SF 소설입니다. 뛰어난 SF 소설들이 그렇듯, 이 작품도 여러 번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저는 그중 스티븐 소더버그(Steven Soderbergh)가 만든 영화를 소설보다 먼저 접했습니다. 영화를 보고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이전에 안드레이 타르콥스키(Andrei Tarkovsky)가 만든 영화 버전도 있고, 원작은 스타니스와프 렘이라는 작가의 소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두 명의 감독이 만든 영화와 원작 소설은 모두 각자의 매력이 있습니다. 저는 원작 소설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스타니스와프 렘의 <솔라리스>는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외계 존재와의 접촉을 다루며,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주제를 깊이 탐구합니다. 배경은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행성 솔라리스입니다. 이 행성은 전체가 살아 있는 거대한 유기체 같은 바다로 덮여 있으며, 지구인들은 오랜 기간 동안 이 바다와 소통하려고 시도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소통에도 실패합니다. 주인공 크리스 켈빈은 솔라리스 관측 기지로 파견되어 조사에 참여합니다. 그곳에서 그는 이미 정신적으로 무너진 동료 과학자들과 만나고, 자신 역시 과거의 기억이 물질화된 존재를 맞닥뜨리게 됩니다. 켈빈 앞에 나타난 것은 죽은 연인 '하리'의 복제체입니다. 이는 솔라리스 바다가 인간의 무의식을 읽고 재현해 낸 것입니다. 이 '손님'들은 결코 완전한 인간은 아니지만, 주인공에게 진짜 인간처럼 느껴지며, 켈빈은 그녀를 받아들일지, 떠나야 할지 고민하게 됩니다. 소설은 인간이 외계 존재를 이해할 수 있는가, 혹은 결국 자신만을 마주 하는가에 대한 깊은 질문을 던지며 결말로 나아갑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성찰을 담은 작품
<솔라리스>는 단순한 SF 장르 소설을 넘어,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작품으로 평가받습니다. 특히 인간 중심주의를 비판하며, '이해할 수 없는 타자'를 다루는 방식이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전통적인 외계 생명체를 묘사하는 방식과는 달리, 솔라리스의 바다는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른 존재로 그려지며, 인간의 언어와 과학, 감정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을 상징합니다. 이런 설정은 '우리가 진정으로 외부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합니다. 스타니스와프 렘은 SF의 기술적 상상력에 주목하기보다는 인간 정신의 한계와 기억과 죄책감, 사랑과 상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합니다. 이로 인해 <솔라리스>는 ‘철학적인 SF’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동구권 이외의 지역에서는 1970년대 폴란드어에서 프랑스어로 번역된 후, 그것을 다시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을 거쳐서 알려졌습니다.
<솔라리스>는 이후 다양한 영화와 예술 작품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안드레이 타르콥스키의 영화 <솔라리스>(1972), 스티븐 소더버그의 리메이크(2002) 등 각각의 작품에서 다양한 해석이 나올 정도로 작품의 해석 여지가 풍부합니다. 오늘날까지도 <솔라리스>는 인간 존재와 외계 지성에 대한 가장 심오한 질문을 던진 걸작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20세기 가장 중요한 SF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에 대하여
스타니스와프 렘(Stanislaw Lem, 1921~2006)은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과학 소설 작가이자 미래학자, 철학자입니다. 렘은 20세기의 가장 중요한 SF 작가 중 한 명이자, 드물게 전 세계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동구권 SF 작가 중 한 명입니다. 그는 인류 문명과 기술 발전, 인간 존재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작품들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나치 점령 하의 폴란드에서 살아남았으며, 이 경험은 스타니스와프 렘의 작품에 깊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의학을 전공했지만, 이후 전업 작가로 전향해 글쓰기에 몰두했습니다. 대표작으로는 <솔라리스>, <기계화된 세계>, <에덴>, <우주비행사 피륵스> 등이 있으며, 특히 <솔라리스>는 인간이 외계 지성을 이해하려는 시도 자체의 한계를 다루어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렘은 전통적인 모험 SF와는 다른 철학적이고 심리학적인 접근으로 ‘철학적 SF’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습니다. 렘은 기술 낙관주의를 경계하고, 인간 이성과 과학의 한계를 지적하는 비판적 시각을 유지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4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고, 전 세계적으로 3천만 부 이상 판매되었습니다. 렘은 2006년 84세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사유와 질문은 여전히 현대 독자들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