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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문학의 걸작, <거장과 마르가리타>

by 앙꼬코리뽕 2025. 4.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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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과 마르가리타> 표지 이미지입니다.

러시아 문학의 걸작, <거장과 마르가리타(Мастер и Маргарита)>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처음 읽는 독자라면 어떤 내용인지 갈피를 못 잡고 헤맬 수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읽고 그랬습니다. 소비에트 체제(소련) 시기 체제 비판을 담고 있는 내용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초현실적인 사건들이 연달아 벌어지고, 본디오 빌라도 (Pontius Pilatus)도 등장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집중해서 읽다 보면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정말 매력적인 소설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고전으로 평가받는 소설이기도 합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읽은 독자들은 '한 번 읽고 끝낼 수 없는 소설'이라고 말합니다. 처음 읽을 때는 볼란드와 그의 일당이 벌이는 초현실적인 사건들과 기묘한 유머에 매혹되지만, 읽을수록 작품 속에 담긴 사회 비판과 철학적 주제 의식, 인간성 탐구에 깊은 감동을 받습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특히 소비에트 체제에 대한 통렬한 풍자와 인간의 자유에 향한 갈망이 곳곳에 녹아 있어, 당시를 살아보지 않은 독자들도 억압과 부조리의 무게를 실감할 수 있습니다. 

마르가리타의 사랑은 현실을 초월한 순수성과 희생 정신을 보여주어 많은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또한 거장이 겪는 절망과 재기의 과정은 예술가로서의 고뇌와 진정성을 보여줘, 창작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 큰 공감을 얻습니다. 하지만 초현실적인 전개와 복잡한 구조로 인해, 일부 독자들은 처음 접했을 때 다소 난해하거나 혼란스럽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읽을수록 새로운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무한한 매력을 가진 소설'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의 내용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러시아 소비에트 사회를 배경으로 현실과 판타지가 절묘하게 얽힌 이야기입니다. 소설은 크게 세 개의 줄거리가 병행됩니다. 첫 번째 줄기는, 악마의 사절단을 이끄는 신비로운 인물 볼란드가 1930년대 모스크바에 나타나 혼란과 풍자를 퍼뜨리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기이한 존재들과 함께 사람들의 탐욕, 위선, 부패를 조롱하며 사회를 무너뜨립니다. 두 번째 줄기는, ‘거장’이라 불리는 무명 작가가 쓴, 고대 예루살렘의 빌라도 총독과 '예수(여기서는 ‘예슈아’)'의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 속 소설은 인간의 양심, 진실, 두려움을 심도 있게 다룹니다. 세 번째 줄기는, 거장을 사랑하는 마르가리타의 이야기입니다. 거장이 국가 권력과 검열에 의해 파멸하자, 마르가리타는 악마와 계약을 맺고 그를 구하기 위해 초자연적 힘을 얻게 됩니다.

세 줄거리는 현실과 종교적 상징성, 러시아 사회 비판을 교묘하게 엮어 나가며, 결국 인간성과 자유, 사랑과 진실을 주제로 통합됩니다. 작품은 초현실적이고 환상적인 요소, 블랙 코미디, 철학적 깊이를 모두 아우르면서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질문을 던집니다.

 

 

<거장과 마르가리타>에 대한 평가

평론가들은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20세기 세계문학의 걸작 중 하나로 평가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종교적 주제와 정치적 풍자, 예술과 권력의 긴장관계, 선과 악의 복합성을 다루는 방식에서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인정받습니다. 불가코프는 소비에트 체제의 검열과 억압을 정면으로 비판하면서도, 직접적인 정치적 언어가 아닌 환상과 상징을 통해 더욱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볼란드라는 악마적 존재는 전통적인 악의 화신이 아니라, 오히려 위선적이고 타락한 인간 사회를 심판하는 정의로운 존재로 묘사되어 평론가들 사이에서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또한 예슈아와 빌라도의 이야기에서는 기독교적 메시지뿐 아니라, 인간의 죄책감과 용서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내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학적으로는 다층적인 구조, 세밀한 언어 사용, 풍자와 환상, 깊은 상징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특히 러시아 문학 전통 속에서 이 작품은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이후 도덕적 탐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출간 당시에는 소련 당국의 검열로 인해 일부 삭제본이 소개되었지만, 이후 원본이 공개되면서 세계적으로 더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현대 평론가들은 이 소설을 '독재와 인간성, 사랑과 구원에 대한 불멸의 이야기'로 정의하며, 시대를 초월해 여전히 새롭게 읽히는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미하일 불가코프의 생애

미하일 아파나시예비치 불가코프(Михаил Булгаков, 1891~1940)는 러시아 키이우(당시 러시아 제국,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태어났습니다. 부유하고 교양 있는 가정에서 자란 그는 키이우 대학교에서 의학을 전공해 의사 자격을 얻었지만, 제1차 세계대전과 러시아 내전 시기에 의사 생활을 하며 극심한 혼란과 인간의 비극을 목격했습니다. 이 경험은 훗날 그의 문학 작품에 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1920년대 초반, 불가코프는 완전히 문학으로 전향하여 모스크바로 이주했고, 소설과 희곡을 발표하며 빠르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작품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혁명 이후의 혼란을 풍자했지만, 점차 소련 당국의 검열과 탄압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그의 대표 희곡 <투르빈가의 나날>과 소설 <개심장>은 당국의 눈에 거슬려 상연·출판 금지를 당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중요한 작품인 <거장과 마르가리타>는 그의 생애 동안 한 번도 공식적으로 출판되지 못했고, 불가코프는 생전에 이 소설을 끊임없이 수정하며 완성도를 높였습니다. 그는 극작가로서도 활동했지만, 수차례 작품이 금지되거나 수정 지시를 받으며 깊은 좌절을 겪었습니다. 건강이 악화되면서 불가코프는 점차 활동을 줄였고, 1940년 49세의 나이로 신장 질환으로 생을 마감했습니다. 사후 수십 년이 지나서야 그의 작품들은 재조명되었고, 오늘날 불가코프는 20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