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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집' 장르의 원조 소설, <힐하우스의 유령>

by 앙꼬코리뽕 2025.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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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하우스의 유령> 표지 이미지입니다.

 

 

가장 편안해야 할 공간인 집이 공포스럽게 느껴진다면?

'귀신 들린 집'은 공포 장르의 인기 있는 소재입니다. 저 역시 귀신 들린 집을 다룬 작품들을 상당히 좋아합니다. 가장 최근 전 세계적으로 인기 있었던 작품은 제임스 완(James Wan) 감독의 영화인 <컨저링(The Conjuring)> 시리즈입니다. 사람이 가장 편하게 쉬어야 할 공간인 집을 공포의 공간으로 탈바꿈함으로써, '귀신 들린 집' 장르는 추상적인 공포를 현실화합니다.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지죠. <힐하우스의 유령(The Haunting of Hill House)>은 '귀신 들린 집' 장르의 원조격인 작품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심리적 공포와 초자연적 요소를 절묘하게 결합해 독자들은 물론 평론가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은 셜리 잭슨(Shirley Jackson)의 대표작입니다.

이야기는 심령학자인 몬터규 박사가 초자연적 현상을 조사하기 위해 세 명의 지원자와 함께 힐하우스라는 오래된 저택에 머무르며 시작됩니다. 이 집은 과거부터 이상한 사건이 끊이지 않았던 저주받은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등장인물 중 어머니의 간병으로 억눌린 삶을 살아왔던 엘리너는 힐하우스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자유롭게 느낍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집은 그녀의 불안정한 심리를 파고들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흐리게 만듭니다. 집 안에서 일어나는 설명 불가능한 현상들, 알 수 없는 소리, 문 두드림, 차가운 공기, 벽에 생긴 문장 등은 점점 인물들의 정신을 갉아먹습니다. 특히 엘리너는 점차 힐하우스에 사로잡혀가며 자신이 이 집에 속한 존재라고 느끼게 됩니다. 결국 그녀는 자발적으로 힐하우스에 남는 선택을 하며 비극적인 결말로 이어집니다. 전체적으로 이 소설은 유령보다 인간 내면의 불안과 소외, 억압된 욕망이 더 무서운 공포라는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합니다.

 

심리적 공포와 초자연적 요소를 결합해 더 무서운 소설

많은 독자들은 <힐하우스의 유령>을 전통적인 유령 이야기와는 다른, ‘심리적 공포’의 정점이라 평가합니다. 이 작품은 빠르게 전개되는 사건이나 직접적인 유령 등장보다 점진적이고 섬세한 분위기 조성으로 독자들의 불안을 유도합니다. 특히 주인공 엘리너의 심리 변화와 집의 음산한 분위기가 조화를 이루며 몰입감을 높입니다. 일부 독자들은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도 그 여운이 오래 남았다고 표현하며, 오히려 정확히 무엇이 무서웠는지 설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깊은 공포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반면, 유령의 출현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겐 다소 느리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잭슨이 보여주는 정서적 불안정성과 인물들의 내면 심리를 통해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경험할 수 있었다고 평합니다. 또한 1950~60년대 여성의 억압된 위치가 엘리너를 통해 드러나는 점에 대해 사회적 해석을 덧붙이는 독자들도 있습니다. ‘읽을수록 더 무섭다’, ‘생각하게 만드는 공포’라는 반응이 많은 점이 이 소설의 진가를 보여줍니다.

비평가들은 <힐하우스의 유령>을 현대 공포문학의 걸작으로 손꼽으며, 단순한 유령 이야기 이상의 문학적 깊이를 지닌 작품이라 평가합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소설을 “가장 지적인 공포소설 중 하나”라고 표현했고, 스티븐 킹 또한 자신의 책 <죽음의 무도>에서 “20세기 최고의 고딕 호러”라며 극찬했습니다. 비평가들은 셜리 잭슨의 문장이 정교하면서도 모호함을 남겨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고 분석하며, 특히 인물과 공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집이 하나의 ‘의식’처럼 묘사되는 점에 주목합니다. 이 작품은 실제 유령보다 인간 심리의 균열이 더 무섭다는 점에서 고전적인 공포문학과 차별화되며, 현대적 의미의 심리호러 장르의 선구로 여겨집니다. 또한 엘리너라는 인물의 내면 묘사에 대해서도 정신분석학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최근에는 젠더와 사회적 억압, 여성의 자아 탐색이라는 측면에서도 활발히 재해석되고 있습니다. 잭슨의 이 작품은 단순히 무섭기만 한 소설이 아니라, 다양한 학문적 분석이 가능한 복합적 구조를 지닌 문학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20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독창적인 작가, 셜리 잭슨 

셜리 잭슨(Shirley Jackson, 1916~1965)은 20세기 미국 문학사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강렬한 목소리를 지닌 작가 중 하나입니다. 그녀는 공포, 심리, 사회비판을 엮은 작품으로 대중성과 문학성을 동시에 인정받았습니다. 1916년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나 시러큐스 대학교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했고, 1948년 단편 <제비뽑기(The Lottery)> 발표로 주목받으며 이름을 알렸습니다. 3~4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인 이 단편소설은 매년마다 어느 마을에서 제비뽑기 행사를 벌이는데 마을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참석하는 이 행사가 사실은 일종의 인신공양이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비뽑기 끝에 당첨자가 되어 버린 허친슨 부인은 투표가 공정하지 못하다고 항의하다가 결국 자기 자식들을 포함한 마을 사람들에게 투석형을 당하는 것으로 끝납니다. 이 작품은 당시 미국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발표 후 독자들의 항의 편지가 쇄도했을 정도로 파급력이 컸습니다. 잭슨의 소설은 외적인 괴물보다는 인간 내면의 불안, 억압, 광기를 그리는 데 집중하며, 특히 여성 인물의 심리 묘사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다고 평가받습니다. <힐하우스의 유령>(1959)은 잭슨의 대표 장편소설로, 이후 수많은 공포 작가와 감독들에게 영향을 끼쳤습니다. 또한 <우리는 모두 성에 살았다(We Have Always Lived in the Castle)>도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잭슨의 작품은 페미니즘과 정신분석, 고딕 문학 등의 관점에서 지금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습니다. 잭슨은 1965년, 48세의 젊은 나이에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지만, 오늘날까지도 그녀의 작품은 공포문학의 고전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